"삼칠일(三七日)" 을 들어보셨나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 삼칠일 동안 금기를 지키고
외부와 단절하는 생활을 해왔고, 이를 삼칠일 이라고 하는데요.
신생아 출산 후,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예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삼칠일.
오늘은 그 정확한 의미와, 금기사항 등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칠일(三七日) 의 의미와 역사
삼칠일은 그 한자 그대로가 의미하듯, 7일이 3번 지날 때까지의 기간으로, 21일을 의미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삼칠일동안 금기를 지켜왔는데, 특히 아이를 낳고 나서, 산모와 아이가 이 삼칠일 기간인 21일 동안, 외부와 단절하고 의례를 지내고 금기를 지키며 생활하도록 하였는데요.
단군신화 속의 삼칠일
삼칠일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단군신화에 남아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인간이 되는 법을 알려준 이야기, 알고 계시죠?
환웅은 곰과 호랑이에게 굴 안에서 해를 보지 않고 쑥과 마늘만 먹고 100일을 보내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일러주었는데요. 호랑이는 곧 포기했지만, 곰은 100일이 되기 전 삼칠일만에 사람의 몸이 된 이야기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3과 7의 의미
우리나라에서는 숫자 3과 7이 신성한 의미를 가진 숫자이기도 한데요.
숫자 3은 최초의 양수인 1과, 최초의 음수인 2가 합쳐진, 동양 문화권에서 말하는 음양의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숫자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민속에서 3이라는 숫자를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숫자 7은 북두칠성과 연관되어 있어 의미가 있는데요. 과거에는 하늘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었고, 북두칠성이 하늘의 상징이어서 칠성 신앙이라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또한, 숫자 7도 음양의 조화가 완벽한 숫자 3과, 사람들이 사는 세계(四方)을 상징하는 세속적인 숫자 4가 합쳐져, 하늘과 땅, 영혼과 육체를 합친 숫자로 여겼다고 합니다.
삼칠일의 출산 의례
삼칠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출산의례인데요. 우리가 흔히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삼칠일 동안은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산모와 아이는 출산 의례를 지내며 금기를 지키게 했는데요.
처음 7일째가 되는 초이레에는, 아이를 점지해주고 보살펴주시는 삼신에게 삼신상을 올려,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기원하고, 쌀과 미역을 삼신상에 올립니다. 그리고 이 쌀과 미역으로 산모에게 밥과 미역국을 해먹입니다. 아이에게는 새옷을 입히고 한쪽 손만 자유롭게 해두며, 초이레가 되었을 때에서야 할아버지는 아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아이가 처음 만나는 날이기에, 떡과 음식을 대접합니다.
14일째가 되는 두이레에는, 초이레와 마찬가지로 삼신상을 차리고 치성을 드리는데요. 올린 음식으로 산모에게 먹이는 것도 역시 동일하게 합니다. 아이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이 때부터 두 손을 자유롭게 해주게 됩니다.
21일째가 되는 세이레날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삼신에게 치성을 드리는데, 이 날은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의미로 대문에 걸어두었던 금줄을 걷어내고,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을 불러 대접하였습니다. 옛날에는 형편이 어려워 삼칠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초이레만 지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삼칠일을 중요하게 여긴 만큼, 삼칠일에 대한 각종 속설도 있었는데요. '삼칠일 동안에 달걀을 깨뜨리면 불길하다.', '삼칠일 동안에 집에 못을 박으면 삼신이 노한다.', '삼칠일 동안에 수수경단을 만들어 먹으면 아이 병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등 삼칠일에 많은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느껴지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현대의 삼칠일은?
옛날에는 이렇게 삼칠일을 주요하게 여기고 의례를 행했지만, 요즘은 이러한 추세는 많이 흐려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기가 태어나면, 외부인들이 집을 방문할 때에, '삼칠일 지나면 보러 오라'는 말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만큼 삼신에게 제를 지내거나 마을 사람들을 불러 대접하는 의례를 행하지 않고, 출산 후 삼칠일 기간인 이 3주동안, 산모와 신생아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정을 취하며 건강 회복에 전념하는 기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삼칠일은 단순히 풍습이 아니라, 실제 의학적으로도, 신생아의 면역력에도 매우 중요한 기간이며, 세상에 나와 얼마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산모 또한 이 기간동안 출산 후 몸 회복에 집중해야 하며, 외부인을 만나거나 외출을 하게 되면 산모 또한 신경쓸 것이 많고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삼칠일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삼신상 차리는 법
삼칠일의 처음 7일째가 되는 초이레와 14일째, 21일째인 두이레, 세이레날에는 삼신 할머니에게 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를 표하면서 아기의 무탈과 건강을 염원하는 삼신상을 차리는 풍습이 있었는데요. 요즘에도 예전만큼 세번이나 삼신상을 차리지는 않더라도, 삼칠일이 끝나는 때에 삼신상을 올리기도 합니다.
삼신상은 3색나물, 미역국과 흰밥, 대접에 물(생수/정화수)을 준비하면 되는데요. 나물 3가지는 주로 뿌리나물(숙주. 도라지로도 대체 가능), 줄기나물(고사리), 잎나물(시금치)의 3가지를 올립니다.
여기서 뿌리나물은 조상, 줄기나물은 부모, 잎나물은 아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삼신상은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상을 차려야 하며, 밥 3공기, 물 3컵, 삼색나물, 미역국으로 차려진 삼신상을 준비한 후, 상 앞에 아기를 두고 절을 3번 합니다.
삼신상을 차릴 때 유의할 점
1. 삼신상에 올리는 음식은 간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특히, 귀신을 몰아낸다고 하는 소금과 마늘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간을 맞출 때에는 참기름, 들기름, 간장만 사용합니다.
2. 칼과 가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들을 자르지 않습니다.
3. 미역국에는 고기를 넣지 않습니다.
4. 밥은 흰쌀밥으로 준비합니다.
5. 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그날 모두 먹어야 하므로, 적당한 양으로 계량합니다.
삼신상 축문
젖 잘 먹고 젖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명을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 대서 수명 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생달에 붇듯이
아무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십시오
(아기 발을 만지며 축문을 읽기)
우리 아이 발 크게 해주세요 (절 두번)
(아이를 혼자 둔 채, 방문을 닫고 10분 뒤에 들어갑니다)
삼신상 축문을 진행할 때에는, 아기가 주로 활동하는 공간의 동쪽 방향으로 상을 차리고 동쪽의 창문과 현관문을 살짝 열어주라고 합니다. 이 문으로 삼신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삼칠일 풍습에 대해 알아 보았는데요.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삼칠일 기간에 대해 궁금하셨거나, 삼칠일을 지켜 출산 의례를 지내고자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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