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
기대 반, 떨림 반.
긴장감과 함께 집을 나서서 병원으로 향했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찰떡이가 태어난 후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회복에 정신이 없었고, 조리원에서는 하루 하루 초보 엄마로서 찰떡이와 친해지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사실 조리원의 시간은 좀 답답해서 느리게 가기는 했다..)
그렇게 오고 싶었던 Home sweet home! 에 온지도 벌써 2주가 흘렀고, 그 사이에 초보 부모인 나와 남편은 신생아를 돌보는 데에 꽤나 익숙해졌다.
처음 집에 와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우리 둘이 아기를 돌봐야 했던 주말, 밤에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 펑펑 울었다.
집에 온 날 남편이 써준 따뜻한 편지가 감동이라 감성이 말랑말랑해져 있었는데, 여기에 분유 타는 것조차도 처음이라 잘 몰라서, 유튜브를 검색해 보며 어렵게 하고 있는 내 모습에,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나 눈물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곁에서 다독여주는 든든한 남편(내편♥)이 있어서 금방 마음이 추스려졌다.
이래서 육아는 팀플이라고 하는걸까.
귀여운 신생아
낯설고, 서툴고, 잠 못 자고, 피곤한 와중에도 찰떡이는 너무 예쁘다.
젖을 줄 때, 작은 입으로 힘들게 먹어보겠다며 노력하는 그 모습이 애잔하고, 배불리 먹은 후에 안겨서 입을 헤- 벌리고 잠에 곯아떨어진 모습은 여태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을 주었다.
입에서 나는 꼬릿 한 분유 냄새도 귀엽고, 뭔지도 모르면서 내 손을 꽉 쥐는 작디작은 손과, 말랑하고 군살 하나 없는 발바닥과 무릎도 정말 사랑스럽다.
하루는 새벽 수유를 마치고, 찰떡이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 아이가 눈과 입을 휘면서 나를 보고 방긋 웃었다.
아직 뭘 알아서 웃을 수 있는 때가 아닌, 그냥 모로반사처럼 무의식적인 반응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남편에게 몇 번이고 자랑을 했다.
그저 고마운 내 아가
수유를 밤낮없이 하면서 아기와 오롯이 둘이 있는 시간에는, 아기가 알아듣지 못하는걸 알면서도 일부러 이런저런 일상 대화들을 찰떡이에게 들려주곤 한다.
하루는 찰떡이를 보며 "찰떡아~ 엄마가 우리 찰떡이 너무너무 사랑해~" 하고 한마디 해주고는, 나 혼자 감정이 복받쳐서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해서 스스로 신기했다.
이런게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인한 감정 기복 뭐시기'라는 건가.
근데 그냥, 이렇게 작고 소중한 존재(아직 사람인간도 아닌 작은 아기동물 같은..)가 엄마아빠만 믿고 이 세상에 뚝 떨어져 있는 것 같아 고맙고 또 고마웠다.
첫 예방접종
어제는 찰떡이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태어나 첫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 집에 온 후 첫번째 외출이었다.
산부인과나 조리원에서 쓰던 '김알짜 아기'가 아닌, 주민등록등본에도 올라간 제 이름을 가지고 방문해 영유아 검진과 BCG, B형 간염 접종을 받았다.
특히 BCG 주사는 꽤 오래 (체감상 1-2분은 족히 넘게) 걸리는 주사여서, 그 몇 분 동안 찰떡이가 내내 서럽게 울어재꼈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는 데 온 힘을 다해 우는 아기가 너무 아파 보여서 마음이 안 좋았다.
남편은 일이 있어서 병원에 함께 가지 못했는데, 아마 찰떡이 아빠가 같이 갔으면 아빠는 울었을지도 모른다.
흐흐.
그저 아프지 말라고 예방주사 맞으며 우는 것뿐인데, 나중에 찰떡이 눈에서 눈물이 나고 슬퍼할 일이 생기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 태어난 아기
한 달이 된 찰떡이는 2.5kg로 작게 태어났지만 어느새 3.9kg가 되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백분위 5% 였는데, 한 달 새 3.9kg가 되어 25~50% 사이로 평균에 가까워지고 있다.
작은 찰떡이가 무럭무럭 열심히 자라주어서 너무 대견하고 고맙다.
나도 딴에 엄마가 되었다고, 찰떡이가 변을 못 보면 너무 걱정되고, 똥 냄새만 풍겨도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든다.
남편과 둘이 찰떡이를 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집안일과 육아 모두 잘 챙겨주는 부지런한 남편 덕에 '생각보다 할만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가끔 잠을 (드love게) 안 자지만, 꽤나 순둥 한 아가인 찰떡이 덕도 있다.
출근하면서 아기까지 보는 남편이 오히려 나보다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교대근무를 하는 남편이 야간 근무를 하는 날엔 혼자 있을 딸이 걱정돼 매번 집에 와 함께 밤을 지새 주시는 친정엄마의 덕도 톡톡이 보고 있다.
아기동물
한 달까지의 찰떡이는, 자면서 새끼강아지마냥 아기 동물처럼 신기한 소리를 많이 낸다.
끼잉, 꾸웅, 온갖 소리를 다 내며 꽤나 요란하다.
모로반사가 심해 허공으로 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리는 것도 자주 보인다.
엎드려 놓으면 혼자 고개를 들어 좌우로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외할머니가 좋아하는 엎드린 자세로 눕혀두면 오래 잘 잔다.
몸은 작은데 트림 소리는 대포 소리 같다.
모유를 먹어서인지 엄마 방귀냄새처럼 지독한 방귀를 뽕뽕 자주 뀌는데 들을 때 마다 신기하고 맡을 때 마다 놀랍다.
(아빠는 으악! 하면서도 기저귀에 코를 박고 그 냄새를 킁킁거린다)
자면서는 갑자기 불현듯 앙! 소리를 낼 때가 있다. 관심 가져달라고 신경질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
아직 잘 보이지는 않는 것 같지만, 까만 눈을 요리조리 움직이고, 전보다 힘이 생겨서 눈을 좀 더 크게 뜰 수 있는 듯하다.
얌전하고 순한 찰떡이는 산후관리사님, 가슴마사지 선생님, 본아트 사진작가 선생님 등 집에 방문하는 어른들이 하나같이 너무 순하다고 예뻐해 주시는 착한 아가이다. (아직은..)
앞으로 더 무럭무럭 잘 자라게 될 찰떡이를 생각하며.. 오늘 일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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