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54일, 드디어 50일 넘은 찰떡이
다들 50일만 넘어도 살만하다, 50일만 지나면 밤에 4-5시간씩은 자준다고 해서 50일의 찰떡이를 오매불망 기다렸더랬다.
시간이 훌쩍 흘러 찰떡이는 어느새 5kg의 아기가 되어있고, 50일도 금방 왔다.
50일의 찰떡이는 운이 좋으면 밤에 4시간 30분씩도 자준다.
물론 그 사이에 한두번 앙-! 거리면서 깨기도 하지만, 조금만 안아서 달래주면 금세 다시 잠에 든다.
임신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별로 안받아서인가, 아니면 찰떡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느껴서인가, 찰떡이는 참 순한 아기로 태어났다.
아니 어쩌면 태생적으로 기질이 순한 아기여서 내가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낄지도..
하지만 역시 육아는 맵다
하지만 역시나 육아는 맵고, 체력적으로 참 쉽지 않다.
찰떡이는 매일 2-3시간 간격으로 밤낮없이 밥을 먹고, 하루에도 7-8번씩 기저귀를 갈고, 또 요즘은 낮에 깨어 있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쉬이 잠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은 남편이 다 해주고, 나는 아기만 보는데도 피로가 누적되어 혓바닥 양쪽이 다 헐어 따갑다.
엄마도 숨은 쉬어야지
40일이 넘고서는 집에만 있는것도 너무 답답하고, 난생 처음 '뒷구리살 쳐짐' 이라는 자존감 팍팍 떨어지는 내 몸을 발견한 뒤에는, 산후 마사지를 신청하고 헬스에 PT까지 등록했다.
일주일에 3-4번, 1시간씩 헬스 PT를 위해 가지는 외출시간이 꽤나 즐겁고 숨통이 트인다.
누가 들으면 벌써 운동을 하냐, 미쳤냐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운동을 한 동안 못 해서 더 아픈 것 같고 좀이 쑤셔서 나는 만족한다.
하지만 임신, 출산 후 바뀐 내 몸과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허리, 손목, 어깨는 좀 슬프다.
예쁜 우리 찰떡이를 얻고 나의 건강과 체력을 잃었다..
자나깨나 먹는 걱정
찰떡이가 밤에 배앓이로 자주 깨고, 한참을 울고 자지 못하는 것 같아 배앓이에 도움이 된다는 닥터브라운 젖병을 샀다.
근데 이게 또 유속이 빨라 분유가 많이 나와서 절반은 먹고 절반은 입가로 줄줄 흘러버린다.
확실히 배앓이는 잡혔는데, 아기가 먹으면서 너무 힘들어하니 인터넷, 유튜브에 비슷한 사례는 없는지 온갖걸 다 찾다가, 젖꼭지 단계를 낮춰보니 훨씬 나아졌다.
그런데 또 먹는 속도와 양이 줄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긴 했지만.. 일단 밤에 배앓이로 힘들어하지 않으니 그건 다행이다.
찰떡이는 50일 전에는 성장 급등기로 하루에 700ml를 넘게 먹다가, 50일이 딱 지나니 성장정체기가 와서 5-600ml 선으로 먹는양이 급감했다.
몸무게가 줄어들고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지만, 랜선 의사 선생님들 말로는 다 그럴때라고 하고, 아기가 스스로 먹는걸 조절하고 있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50일의 찰떡이는 성장중
50일의 찰떡이는 이제 색도 보이고, 초점도 잘 맞춰져서인지 분유를 먹으며 눈이 이리저리 돌아가 세상 구경하기 바쁜 모습이다.
초점책도 혼자 잘 보고, 모빌을 보라고 눕혀두면 그것도 잘 보고 있다.
아침에는 유독 잘 웃는데, 지금은 뭘 알고 웃는게 아닌걸 알면서도 그게 참 힐링이다.
손가락, 발가락 사이에는 항상 먼지뭉치와 꼬순내를 품고 있다. 아빠는 으악 냄새~ 하면서도 계속 킁킁거린다.
희미했던 눈썹도 제법 짙어졌고, 머리숱도 많아지고, 있는건가? 싶었던 속눈썹도 점점 길어져 예뻐지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여기저기 이것저것 뭐가 나고, 어디가 아프고 하다던데, 찰떡이는 아직은 수월하다.
엄마아빠가 서툴면 서툰대로, 그 시기 그 나이 때 해야 하는건 때에 맞춰 알아서 잘 해주고 있어 참 고맙고 신기하다.
50일의 엄마도 성장중
이렇게 예쁜 아이를 매일 품에 끼고 지내다 보니, 새삼스럽게 엄마가 된 지금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많은 아이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박애주의 비스무리한 감정도 든다.
이렇게 작고, 소중하고, 조금만 세게 잡아도 부서질까 걱정인 아이들에게 폭력이나 범죄를 행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고, 전보다 더 감정이입이 된다. (모성애로 더 강해진 F력)
아직 찰떡이와 함께한지 이제 50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 아이가 앞으로 겪게될 세상의 풍파나, 혹여 생길 힘든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찢어지고 숨 막히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마침 찰떡이가 50일이 되는 전날 밤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나라가 어지럽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이렇게 힘든 세상에 엄마아빠 욕심으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한 마음과, 이 아이가 자라날 세상은 더 답답한 일 적은 행복한 세상이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까지 미친다.
이전에 그 누구에게도 느껴본 적 없는, 모든걸 다 내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이 마음이, 찰떡이를 만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모의 마음이고 사랑이라는 걸 요즘 조금씩 깨닫고 있다.
우리 부모님도 이 마음으로 30년을 넘게 나를 돌보고 키워왔다고(ing) 생각하니, 그 마음과 사랑의 정도와 깊이를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나도 앞으로 찰떡이에게 내가 받은만큼의 사랑과 헌신을 줄 수 있을까?
책임감이 무겁지만, 일단은 우는 아이 한번 더 안아주고,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도 사랑의 말을 계속 들려주는 것 부터 해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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